독서 일지

책 | 요즘 사는 맛 - 매일의 맛, 매일의 낙 / 책리뷰

숲속길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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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요즘 사는 맛 - 매일의 맛, 매일의 낙

 

김겨울, 김현민, 김혼비, 디에디트, 박서련, 박정민, 손현, 요조, 임진아, 천선란, 최민석, 핫펠트

 

요즘 사는 맛

 

밥은 잘 챙겨 먹니

 

   12명의 작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을 냈다. 맛, 음식에 대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문체도 각각 다르고 그들의 음식에 대한 풍경도 달라서 매 장 매 장 마다 기대하며 넘기게 된다. 음식에 대한 비슷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의 다른 작품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으로 다음 독서 작품으로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재철 식재료에 환호를 하고 토마토 하나로도 이리저리 조리해서 여러 가지 맛을 즐기며 밥을 지어먹고, 현실의 사람은 물론 가상의 사람들과도 나누어 먹는 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작가들은 음식에 대해 감탄하고 하루의 기쁨으로 생각한다. 볶음밥을 갖은 방법으로 거의 1년간 먹었다는 모습에 현실판 올드보이를 보는 충격을 겪었다. 맛보다 배를 채우는 일이 목적이었던 과거의 나도 같은 음식을 이렇게까지는 먹지 못했을 것이다. 12인의 작가들의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읽고 나면 어느샌가 책에 나왔던 음식이 하나 둘 먹어보고 싶어 진다. 그들의 추억, 나의 추억이 얽히면서 그 음식은 아마 더욱 맛있게 느껴질 것 같다. 

 

 

   몇 년 전까지 나에게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때운다'라는 동사가 적합한 수준이었다. 맛은 물론 영양도 엉망인 상황으로 매 끼니를 때웠다. 삼시 세 끼라는 단어는 나와 어울리지 않았고 1일 1식 또는 1일 0식, 1일 5식 등 아주 제멋대로였다. 과자나 젤리가 주식이었고 라면은 간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옷 벗을 힘도 없어 차려먹는 건 애초부터 포기했다. 과자는 박스단위로 사 두고 먹었고 라면은 종류별로 찬장에 쟁여두었다. 가끔 외식을 하게 되면 그제야 부족한 영양을 챙긴다며 애피타이저로 샐러드를 주문하는 정도였다.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먹어야 되는 시간이라, 배가 고프니까 그냥 눈앞에 있는 것들로 위장을 채워 넣었다. 그렇게 몇 년을 생활하다 보니 몸에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조금 오래 걷기라도 하면 어느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는 경우가 빈번했고 다리에 힘이 풀려 잠시라도 앉아 쉬지 않으면 그대로 쓰러질 것만 같은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런 날들이 지속되자 그제야 나는 하나씩 식습관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이 책에 나온 사람들처럼 음식을 제대로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생존을 위한 식사로 슬금슬금 변모하기는 했다. 

 

   밥 한 번 먹자, 밥 사줄게 얼굴 좀 보자 라는 이야기가 그냥 인사치레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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